1347년에서 1844년, 서유럽과 중동의 직업에 따른 전염병의 전염 방식2

서유럽과 중동의 직업에 따른 전염병의 전염 방식2

피렌체의 권력층이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다는 미명하에 민중들을 통제하는 정책을 개발하기까지는 7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야 했습니다. 1450년 이전, 다시 말해 궈너력층의 전염병 대책이 부재했던 시기에 두 그룹의 전문 직업 종사자인 교회 목사와 대학의 의학자들이 전염병의 원인을 해명하는 지도적 위치에 있었습니다.

 

두 그룹 중 목사들의 수가 훨씬 많았는데, 이는 1347~1348년까지 인구 2,000명 이상의 도시에 사는 유럽 인구의 10퍼센트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음을 반영합니다. 나머지 90퍼센트는 목사들의 목회 활동이나 교류가 쉽지 않은 작은 마을이나 산재된 거주지에 살고 있었고, 간혹 목회 활동을 하는 곳이 있다 하더라도 그곳의 목사들은 농부 출신으로 겨우 글을 깨친 사람들이었죠.

 

도시 거주자이면서 기독교도인 인구 10퍼센트의 사람들이 이탈리아 항구 도시에서 페스트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나타낸 최초의 반응은 하느님이 천벌을 내린 것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목사의 설교에 동화된 일부 사람들은 이교도(비기독교)를 뿌리 뽑아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유럽 남북을 잇는 무역과 교통의 중심 항로인 라인 강을 따라서 유대인들을 향한 인종 말살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전염병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인종 말살 폭동은 과거에 있었던 어떤 대응이 반복된 것으로, 말하자면 최초 십자군 전쟁 기간인 1090년대의 인종 말살 행위가 재현된 것이었습니다.

 

십자군 전쟁 때처럼, 1340년대에도 유대인들은 갈보리 언덕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못 받은 사람들의 후손으로 여겨졌습니다. 농부가 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었던 유대인들은 주로 도시에 거주하면서 때로는 돈을 빌려주거나 의약품을 취급하는 일을 했습니다. 또한 유대인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의 기독교 가정의 소년들과는 달리, 어린 시기부터 문자 교육을 받았습니다.

 

유대인들은 여러 가지 기술 중에서 특히 문자 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에 히브리어를 포함한 여러 중동 지역의 언어를 습득했고, 그리하여 고대의 의학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영국 행정 조직의 많은 영역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는데, 특히나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사람들이 유대인이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무면허 의사들 가운데도 당연히 유대인들의 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세간의 입소문을 비롯한 4차 라테란 공의회에서 유대인들에게 구별되는 옷을 입도록 한 결정 때문에, 유대인들은 가장 분명하게 구별되는 소수 민족이었고, 그래서 위기의 시대에 손쉬운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염병이 실제로 발생하기 직전인 1349년, 성 발렌타인 날에 스트라스부르에서 900명의 유대인이 산 채로 불태워진 일은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해 봄이 지나자마자 페스트는 인구가 밀집해 있는 스트라스부르 주민들과 목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환 클레멘트 4세는 남프랑스 아비뇽에 있는 궁전의 폐쇄된 방으로 피했고, 유대인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도 똑같이 페스트에 희생당하게 되자, 페스트를 저주하기도 했습니다.

 

페스트가 유행하자 목사들은 유대인들을 공격하는 발언을 하는 것 외에도 야외 행진을 기획했습니다. 그 목적은 경쟁 관계에 있던 지역의 반대 세력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미움을 버리고 신을 찬양하는 시 전체의 연대 의식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행진은 어느정도 그 목적을 달성했지만, 밀집한 군중들이 긴 행렬을 이루어 행진하는 모습은 흡사 벼룩들의 이동에나 어울리는 모양이었습니다.

 

1466년 파리에서는 이러한 성스러운 행진의 맨 앞에 성 크리스핀 형제의 유골이 함께 동행했고, 페스트가 창궐한 시떼 섬을 통과해 노트르담 성당의 쌍둥이 탑을 지날 때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행진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스트라스부르에서 페스트는 짧은 시간 안에 두 배의 위력을 떨쳤고, 교외로까지 확산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행정 관료들이 밀집된 군중의 접촉 때문에 전염병이 확산된다고 생각해서 행진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리자, 목사들도 이 문제를 고심하기 시작했습니다. 1497년 크리스마스 날 프란체스코회 한 수도사는 베네치아 공작 앞에서 설교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여러분은 페스트에 대한 공포 때문에 교회 문을 닫고 있습니다. 그것은 영리한 판단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교회를 페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페스트의 원인을 치료하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그 원인 치료란, 하느님과 성자를 모욕하고 남색 행위를 하며, 리알토 섬에서 끊임없이 행해지는 고리대금업과 같은 우리가 저지른 끔찍한 죄들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 도시를 방문한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수녀원 아니, 매춘굴을 보여준다면 더 끔찍할 것입니다. 존귀하신 왕자님, 저보다 왕자님께서 이 모든 사실을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조치를 취하십시오. 조치를 취하시면 이 전염병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 전염병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