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과 중동의 직업에 따른 전염병의 전염 방식 3
1570년, 가톨릭 부흥의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인 밀라노의 대주교 가롤로 보로메오는 신의 격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선 여전히 속죄 행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630년 프랑스와 스페인의 군대를 이탈리아 깊숙이 끌어들인 만투안 전쟁 중에 교황 우르바노 4세는 속죄 행진을 금지했다는 이유를 들어 피렌체 위생 위원회를 파면하기도 했죠.
성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에게서 이와 같은 지원을 받으면서, 농촌 지역의 신부들은 신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낡은 방식을 계속 유지해 갔습니다. 1631년, 몽테 루포 교구의 사제인 드라고니 신부는 피렌체 공국에서 날아온 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자신의 교구 사람들을 행진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행진에서 전염병이 쉬이 옮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대학에서 훈련을 받은 의사들 또한 페스트를 막을 대응책을 강구했습니다. 1348년 프랑스 왕 필립 4세는 파리의 의학 교수진에게 전염병의 원인에 관해 자문을 구했고, 소르본 대학의 의사들은 전염병이 1345년 3월 24일에 있었던 목성, 토성, 화성이 합쳐지는 현상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이 이상한 행성의 움직임이 대기를 뜨겁게 해서 페스트균이라는 독기가 생기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점성술 또한 근대적인 의료 담당자들에게는 생소한 분야이긴 하나, 14세기 의료 행위의 한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이 전통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이 분야의 대가는 고대 로마의 갈레노스였는데, 그는 종종 아라비아의 의학서를 라틴어로 번역하여 소개하기도 했죠.
갈레노스의 여러 저작들은 그보다 앞서 활동한 히포크라테스라는 거장의 모음집, 「히포크라테스」에 통합되어 실렸습니다. 패듀아, 볼로냐, 몽펠리에, 파리에 있는 네 곳의 주요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갈레노스 외에도 고대 철학자로서 알려져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에 관해서도 공부를 했습니다.
H.J. 쿡은 한 독창적인 에세이에서 14세기부터 17세기 사이의 의학자들을 지배하고 있던 패러다임의 틀을 보여주었습니다. 쿡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대학에서 의사라는 명칭은 물리학을 다루는 학자들을 일컬었습니다. 물리학은 자연 세계를 다루는 학문이었고 대부분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연철학으로 좀 더 커다란 영역에 속한 것이었죠.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협소한 세계의 사람들에게 아리스토텔레스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도록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학자들에게 '학식이라는 긴 가운'을 입혀주는 것이었고, 교회에서건 시민 사회에서건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훌륭한 직위'를 부여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권력을 가지는 것보다는 당대 최고 지식인인 신학자나 법학자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그들의 지위에 필요한 것은 고대의 지혜가 담긴 문자로 기록된 의학적 지식이었고, 그것은 사실 그들을 '경험주의'와 동떨어지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반면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경험주의자들 중에는 물론 대학에서 탈락한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정식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선배들의 실제 치료 행위를 관찰하고 체득하면서 그들로부터 치료 기술을 전수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따라서 정규 교육을 받은 의사들은 이들을 돌팔이로 생각했는데, 일례로 1603년부터 1611년 사이에 런던에서 전염병을 경험했던 영국인 의사 엘리저던크는 자신의 우월성을 다음과 같이 과시했습니다.
'경험주의라는 명칭은 경험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합니다. 아시다시피, 경험에 의존하는 치료자들은 철학이나 논리학, 문법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이 형편없는 경험에서 치료 기술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다른 의사들과 구별되는 점은 바로 무지에 있습니다'
출처 : 전염병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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